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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글마당] 엄마아빠가 아닌, 여자남자 이야기
[독자글마당] 엄마아빠가 아닌, 여자남자 이야기 2018-06-21

# 아빠가 말하다

 

지인의 소개로 다방에서 만나 결혼을 결심하고, 두 번째 만남에서 프러포즈를 하고 세 번째 만남에 결혼을 했다. 그때가 1985년 12월 29일이었다.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와의 미래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 실의에 빠져있을 때, 셋째 형수가 약속을 잡아놨으니 선을 보라고 했다.

상대는 계모임을 하는 친한 아주머니 남편의 동생, 그러니까 그 집안의 막내 아가씨라고. 처음 만났을 땐 긴장한 탓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며칠 뒤 다시 만났을 땐 ‘이 여자라면 괜찮겠다’ 싶어 고백을 했다. 그렇게 사진 한 장, 추억 한 장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스물일곱. 그때는 너무 몰랐다. 우리는 서툴렀다. 나는 아내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것이 즐거운 철없는 남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내를 생각하기보다는 내 욕심, 즐거움이 먼저였던 이기적인 신혼을 살았던 것 같아 늘 부끄럽고 미안하다.

 

 

# 엄마의 시선에 머물다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나는 주변에서 “결혼을 하는 것이 효도하는 거다”라고 말해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남자와 덜컥 결혼을 해버렸다.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던 날들이었다. 한번도 가본 적 없던 강원도 영월마을에서 ‘새댁’이라는 칭호를 선물 받았다. 낯선 곳에서의 삶은 눈물 없이는 버티기 힘들었다. 그러다 임신우울증으로 기찻길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엄마가 너무 생각나서 죽을 수도 없었고, 믿을 사람이라곤 남편밖에 없었는데 기다려도 집에 오지 않는 그에게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이라면 신경질도 부리고, 따져보기도 했을 텐데 그땐 그런 배짱도 없었다. 그저 하염없이 우는 것이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이는 유일한 길이었다.

 

이렇게 32년을 견뎌낸 두 분에게 오늘은 꼭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멋진 부부, 꼭 두 사람처럼 살아가고 싶다고 말이다.

 

염☆옥 <010-****-8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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