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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고가(古家) 늘어선 안동, “가봤니껴?” 2018.10.19

 

 

 

 

안동은 늙었다. 세월이 파 놓은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하지만 참 잘 늙어 아름답다. 빛 바랜 먹기와도 묵었고, 바람 지나는 대청마루도 낡았다. 심지어는 산사를 울리는 풍경소리에서도 묵어 깊은 소리가 난다. 나무든 사람이든 그 무엇이든,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산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오래돼 더 좋은 안동 땅, “가봤니껴?”

 

 

오래된 마을에서 한바탕 크게 웃다

 

안동에서 ‘오래’란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하회다. 하회는 낙동강이 마을을 ‘S’자로 감싸고 흘러 붙은 이름이다.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데다, 지난 2010년에는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됐다. 그래서일까, 솟을대문 안쪽의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서부터 초가집 뒤란의 풋풋한 채마밭에서까지 오래된 것들을 볼 수 있다. 관람 포인트는 고가옥 100여 호를 끼고 도는 고샅길과 강 건너편에 있는 부용대. 특히 굽이굽이 돌아나가는 낙동강을 끼고 앉은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부용대의 위용이 멋스럽다. 하회마을까지 가서 탈놀이를 보지 않고 올 수는 없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800년을 이어온 신명나는 탈판.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5~10년에 한 번씩 크게 벌인 굿판이었다. 마을 앞 전수회관에서 상설공연(1~2월: 매주 토·일 오후 2시/ 3~12월: 매주 수~일 오후 2시)이 펼쳐지고 있다. 각시, 양반, 선비, 부네, 할미, 초랭이, 이매, 중, 백정, 주지 등의 등장인물들이 시원하게 풍자하는 세상만사에 관객의 가슴도 뻥 뚫린다.

 

 

가을볕 곱게 드는 마루에 앉아 쉬다 

 

안동을 ‘한국 정신문화의 1번지’라고들 한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도산서원이다.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이 스스로 학덕을 쌓으며 유생들을 가르칠 요량으로 세운 도산서당의 뒤쪽에, 후학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세운 공간이다. 평소 애지중지했던 매(梅)화분에 물을 주게 하고, 침상을 정돈시킨 뒤 일으켜 달라고 해 단정히 앉은 자세로 사망했다는 그의 정신과 마주할 수 있다. 서당 앞마당에서 자라는 수양버드나무 두 그루도 뭇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볼거리 중 하나다. 마음을 평온으로 가득 채우는 나무들이다. 도산서원에 버금가는 정신유산이 또 있다. 병산서원이다. 병산서원은 많은 이들이 ‘병산서원’이라 쓰고 ‘마루’라 읽는 곳이다. 그만큼 ‘마루’가 가진 상징성이 큰 곳이다. 어쩌면 이곳에서 마루는 그저 마루가 아니라, 비워 채우는 철학의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공간을 비우고, 비운 그 자리를 자연으로 가득 채운. 병산서원 입교당에 앉는 건 그래서 풍경 속에 그대로 들어앉는다는 뜻이다. 볕 좋은 가을날, 바람이 사방으로 통하는 입교당 마루에 앉아 만대루를 바라보라. 만대루는 낙동강 가의 병산을 고스란히 품었다. 먼지 풀풀 나는 흙 길을 수고롭게 달려 만나 더 귀한 풍경이다.

 

 

추색 짙은 절 집에서 사색에 잠기다

 

봉정사에 깃든 가을도 곱다. 봉정사는 목조 건축물의 보고다. 한국 전통 건축물의 품위와 아름다움을 두루 갖췄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고려시대 건물인 극락전이다. 굳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그 단아한 품새가 단연 눈길을 끈다. 봉정사를 갔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영산암이다. 봉정사의 산내암자인 영산암은 영화 <달마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의 무대로, 기어코 바위를 뚫고 나와 생을 틔운 소나무가 마음의 어느 한 부분을 예고도 없이 툭, 건드리는 곳이다. 좁은 툇마루에 앉아 한눈에 담길 만큼 작은 절집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이 참 좋다. 가을날 절 주변이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물든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절 입구 마을을 샛노랗게 수놓은 국화꽃밭과 전통찻집인 만휴도 찾아보자. 금국농원, 황국농원 등으로 이어지는 1만 평 규모의 국화꽃밭이 물드는 시기는 10월 하순에서 11월 초순. 봉정사에 단풍이 절정일 무렵 꽃이 피어 함께 둘러보기 더 좋다. 만휴에서 마시는 국화차 한 잔도 안동에서의 가을을 참 행복하게 만든다.

 


출처: 한국건강관리협회